


《a-MANUAL》
김유빈 Yubeen Kim
송하린 Harin Song
2026.4.7. - 4.18.
12 - 6 pm
Tue - Sat (Closed on Sun-Mon)
레이프로젝트서울,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 230 4층
4F, 230 Hyoryeong-ro, Seocho-gu, Seoul, South Korea, Rayprojects Seoul
매뉴얼(Manual)은 라틴어 Manus(손)에서 유래한 말로, 사물을 다루는 손의 지침이자 최적화된 경로를 안내하는 약속을 가리킨다. 현대의 매뉴얼은 사물과 주체 사이의 관계를 획일화된 기능 속에 박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제조사와 시장이 설정한 정형화된 사용법을 관성적으로 수용할 때 사물은 단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며, 의문제기와 상상의 다양한 경로를 제한한다.
《a-MANUAL》은 ‘not, without’ 의미의 부정 접두사 ‘a-’를 ‘Manual’에 덕붙인 제목으로, 매뉴얼이 지시하는 닫힌 체계로부터의 자유로운 이탈을 시도하는 전시이다. 규격화된 질서가 강요하는 동질성의 궤도를 벗어나, 정형의 그리드와 우연한 신체적 개입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비정형의 편차를 각기 다른 조형 언어로 번역한다.
김유빈은 이미지의 위계를 포착하는 것에서 작업이 출발한다. 이미지가 원본과의 관계를 통해 이해되지 않는 시대적 조건 속에서 역사적 지위를 획득한 매체나 도상, 사료 등을 저렴하게 변환하거나, 거대자본화 된 시스템에서 개별적인 출처나 맥락이 거세된 채 손쉽게 생성된 도상들을 회화로 재매개하며 새로운 높낮이를 형성한다. 균질화된 세상의 허구성과 의미 사이를 오가며, 환경과 고향이 충돌하는 모습을 재구성한다.
송하린은 예술이라는 구조적 틀 안에서 인간의 존재적 필연성에 이끌린 의미부여에 의해 물질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지위를 획득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본질과 투영의 인과관계를 재료의 물리적 특성 부각을 통해 탐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크릴 물감을 들 수 있는데 캔버스 위에 물감을 올리는 정형의 지침에서 벗어난 아크릴의 플라스틱 성질을 활용한 물리적 성형이 있다. 액체 상태의 물감을 굳힌 조각을 칼로 자르거나 열로 녹이면서 재료의 물체성이 습득한 변주를 수용하며 제작방식이 달라진 재료의 변모를 제안한다.
전시 《a-MANUAL》은 획일적인 매뉴얼을 허물고, 물성의 잉여와 신체의 의지가 상호작용하며 그려내는 새로운 궤적을 보여준다. 작품들이 제안하는 대안적 사용의 가능성을 통해 관성을 벗어난 사물의 특질과 감각의 주체성을 다시 사유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